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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관리자 못키우는 현실 어느 정도길래…

입력 : 2013-11-15 06:00:00 수정 : 2013-11-15 1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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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 인재 풀 ‘빈약’… 임원시킬 대상자조차 없어
“여성을 임원으로 승진시키려 해도 대상자가 없다.” 공공기관에서 요즘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이야기다. 사상 처음으로 여성대통령이 탄생하면서 공공부문의 여성관리자 진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잖아 기관들이 고심하고 있다. 민간기업은 오너나 대표(CEO)의 재량에 따라 ‘고속 승진’을 시키거나 외부인사를 영입할 수 있으나, 인사·승진 시스템이 보수적인 공공기관은 여의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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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재 풀이 없다”

14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체 고위공무원단 1466명 가운데 여성은 70명으로 4.8%에 불과했다. 고위공무원단이 편성된 청 단위 이상 51개 기관 중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농림축산식품부, 국방부, 국세청 등 29곳은 여성 고위공무원이 한 명도 없었다.

국립대 여교수 비율은 지난해 기준 13.7%로 사립대(22.6%)보다 낮았다. 공공기관은 288개 기관(공기업 28개, 준정부기관 83개, 기타공공기관 177개)의 전체 임원 2990명 가운데 여성이 263명으로 8.8%에 그쳤다. 여성 기관장 16명(5.6%), 상임이사 7명(1.8%), 비상임이사 224명(12.6%), 상임감사 4명(4.4%), 비상임감사 12명(5.8%)이 전부였다. 정부위원회 여성 비율도 25.7% 수준이고,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인재 21만명 가운데 여성은 3만2000명(15.3%)에 그쳤다.

이처럼 공공부문의 여성관리자가 적은 것은 과거 사회 분위기 탓이 크다. 파격 발탁이 아닌 이상 현 시점에서 임원 승진 후보군은 1970년대나 80년대에 입사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당시만 해도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하지 않은 데다 임신과 육아 등으로 퇴직한 인원도 많았다. 군 가산점제도 역시 여성의 공공부문 진출을 가로막은 요인으로 꼽힌다. 1999년 폐지되기 전까지 여성들은 경쟁에서 밀려 공공기관 입사가 쉽지 않았다. 남성근로자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었다.

2000년 이후에서야 여성인력 진출이 확대되다 보니 현재 시점에서 관리자로 채용할 만한 여성 인재 풀은 부족한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28개 공기업의 경우 1급 처·실장 여성은 0.8%(13명), 2급 부장은 1.0%(49명), 3급 차장은 3.4%(745명)에 불과했다. 임원 승진 대상이 될 수 있는 여성근로자 자체가 부족한 것이다.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실적으로 공공기관 여성근로자 가운데 임원 승진 대상자가 적다는 얘기가 나올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사회에 만연했던 성차별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라도 여성고위직 할당제가 필요하다”며 “마땅한 대상이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개방형 고위직 직무 등에 외부 여성을 수혈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여성경제인의 날 기념식에서 여성 최고경영자(CEO) 선후배들이 멘토·멘티 선포식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중간관리자를 고위관리자로 키워야


사회 전반에 걸쳐 성별 불균형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2009년 여학생 대학 진학률(82.4%)이 남학생(81.6%)을 추월한 이후 매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학사학위 취득자는 지난해 여성이 51.7%로 남성보다 많았다. 공공부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공무원 채용시험의 여성합격자 비중은 행정고시 43.8%, 사법고시 41.7%, 외무고시 53.1%로 남녀 차이가 크지 않다.

군 가산점제도 폐지 이후 공공기관에 입사한 여성근로자가 현재 차장급까지 올라서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 그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재 차장급 여성근로자들이 조직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고위관리자나 임원까지 승진할 수 있느냐가 ‘여성 인재 부족’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열쇠로 꼽힌다. 공공기관 인사·승진 시스템은 업무연한, 순환근무, 시험성적 등 민간기업에 비해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돼 이를 통과하는 게 쉽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인 순환근무는 여성근로자에게는 걸림돌로 꼽힌다.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관리자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지만 여성근로자는 업무보조·지원, 일반사무, 상담 등 전통적으로 여성적 특성과 역량에 적합하다고 여긴 직종에 주로 배치되는 경향이 있다. 가사·육아 부담 등으로 핵심 보직이나 직무 기회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많다.

박한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정책연구팀장은 “지금까지 여성관리자가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보다 현재 중간관리자가 고위관리자가 되도록 잘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당장 숫자에 매달리기보다 개별 기관 상황을 고려해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여성만 강조하다 남성근로자가 역차별을 당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성과 중심으로 승진 등이 이뤄진다면 여성고위관리자 부족 문제는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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